thea_lee

Diary - 3화 대면식

Published: February 12th 2023, 12:57:3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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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 주말은 남자친구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서울 이곳 저곳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고, 드라이브도 가고, 집에서 밥도 해먹고 영화도 보고… 아무 눈치도 안보고 자유롭게 오빠와 지내니까 정말 자유로운 대학생이 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3월 첫 주 금요일에는 개강파티가 있었다. 우리 과 신입생들은 캠퍼스 근처 비어펍에 모였다..

이 술자리에선 많은 새로운 소식들이 공유, 확대 재생산 되었다. 개강 후 한 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우리 과엔 많은 이슈들이 넘쳐났다. 특히 내가 빠진 새터 둘 째날 생긴 이벤트들이 흥미로웠다. 선배 A와 신입생 B가 술을 마시다 바람을 쐬러 나가서 키스하는 장면이 목격되었고, 동기 중에 한 커플이 생겼으며, 신입생 중 한 명이 술취해서 갈구는 선배의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 나, 이시아에 대한 뉴스도 돌았다.

“누나, 근데 누나 얘기도 있어” 앳된 얼굴을 한 강지호가 쭈뼛쭈뼛 말을 꺼넸다.

새터에서 새벽에 도망 나올 때 분명히 부모님이 데리러 오셔서 나간다고 내가 말했는데도, 한서준 선배의 차를 타고 함께 사라졌다는 소문은 이미 다 퍼져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미확인 썰이 덧붙여져 이미 나는 한서준의 여자가 되어있었다.

“누나, 근데 남친 있다면서?”

“응”

“변호사라며”

“응, 부산에 있어, 왜?”

“서준이형으로 갈아타게?ㅎㅎ”

“응? 서준오빠?ㅋㅋㅋㅋㅋ 야 진짜, 집까지…아니 집까지도 아냐, 학교까지와서 내려줬어, 그게 다야!”

“….음…. 그렇다고 하기엔, 그 다음날 서준이형, 안씻고, 옷도안바뀌었다는 목격자의 제보가…”

“아니, 그건…

강지호는 지금 우리 과에 퍼져버린 소문을 요약해주었다. 한서준은 그날 나를 데려다 주고는 내방에 같이 들어와서 자고 갔고, 이시아는 변호사 남친을 부산에 그대로 두고 서울에선 한선배와 양다리를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나는 극구 부인했다. ‘진짜 아무일도 없었잖아?’

“아니거든? 진짜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주시고 그냥 가셨거든?”

“누나 근데, 그날 이미 다 그런걸로 알고 있어.”

“야 강지호, ㅋㅋㅋ진짜 웃긴다ㅋㅋㅋ 누가 또 그얘기 하면 아니라고좀 해줘. 아니, 진짴ㅋㅋㅋㅋㅋ그게 왜그랬냐면…” 나는 지호에게 내가 차에서 잠든 이야기, 서준선배가 나를 못깨우고 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준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얘기해주었다.

“아 그런거였어? ㅎㅎㅎ 담에 누나 얘기 나오면 그렇게 말할게!” 지호의 얼굴이 밝아진다. “어… 근데 누나…” 말꼬리를 흐리며 지호는 또 다시 불안감을 조성하였다.

“왜 또 뭐”

“이건 진짜 내가 말했다고 얘기하지마, 약속해”

“알았어 뭔데?”

“주원이가, 새터에서 누나랑 같은조였잖아?”

“응”

“걔가 의도하고 찍은 건 아닌데…”

“뭘?”

“…”

“야, 아 답답해, 나 이주원한테 물어본다?”

“아니, 그날 누나네 걸그룹 안무할 때 마지막 쯤에 너무 술취한게 웃겨서 주원이가 동영상 찍기 시작했는데 쫌이따가 누나 치마가 뒤집히는거 찍혔더라고”

“…”

“그걸 걔가 갖고있어?”

“어”

“넌 어떻게 봤는데, 톡으로 보내주디?”

“아니 그건 아니고, 폰으로 보여줬어. 걔도 어디 공유한건 아닌 것 같애”

네오구리 이주원은 강지호 포함 세 명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뭐 팬티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지만, 나의 그런 굴욕영상을 쥐고 있다는 건 상당히 불쾌했다. ‘와 진짜 나쁜새끼네? 혼자 소장하고 말 것이지, 애들은 또 왜 보여줘? 근데 그날 나 무슨 팬티 입었지?’

“그래서, 너도 봤다는 거네?” 내가 따지듯이 되물었다.

“어?...어 보긴 했지” 지호가 얼굴을 붉혔다.

“좋냐?”

“아니 그게 아니고…” 말을 더듬는다.

나는 일어나 이주원 쪽으로 갔다.

“야, 이주원!”

“어 시아 누나~~서준이형 보러 안가? ㅋㅋㅋㅋ”

“아니라고 쫌!, 야 이주원, 너”

강지호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자기가 말해준 걸 알리면 절대 안된다는 듯.

“아냐, 됐다. 에휴”

강지호도 답답한게, 차라리 나한테 말이나 말지, 몰랐으면 짜증이라도 안났을 걸, 알려주고도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 이름은 또 말하지 말라그러고…

‘그래 이주원을 맥여서, 폰에서 내가 직접 지우자!!!’

굳은 결의를 갖고 술게임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날 기억은 여기까지다ㅋ.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뜨니 다음날 오후 두시였다. 헐! 아침수업!!! ㅠㅠ 급히 욕실로 뛰어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방에 남자친구가 앉아있었다.

“잉? 오빠??? 언제왔어? 오늘 출근 안해???”

“오늘 토요일이잖아. 그리고 너, 어제 얼마나 마셨어? 무슨, 내가 들어오니까 방에 술냄새랑 막, 휴… 옷은 그대로 입고있고, 와서 흔들어 깨워도 인사불성에…”

아… 그러고보니 남친한텐 개강파티 끝났다고, 집 와서 잔다고 거짓말하고 술게임을 시작했구나…

“미안~”

“이상하네… 어제 톡 할땐 멀쩡했는데… 그때 집 아니었어? 솔직히 말해봐”

“아냐~ 그 때 잤어… 피곤했나보지 뭐ㅋ” 나는 다른 곳을 보며 대충 흘려 말했다.

남친의 눈빛이 석연치 않다. 아무래도 믿진 않는 것 같다. 눈에 힘을 잔뜩 준 채 나의 양 어깨를 쥐고 벗은 상체를 구석구석 살핀다.

“이 상처 뭐야?”

“됐거든~ 재미없거든~” 내가 정색했다.

그 때 강지호에게 톡이 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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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아누나는 이주원을 죽이겠다고 그렇게 날뛰더니,

게임 몇 판 연속 시아누나가 다걸리고는,

그렇게 몇 잔 먹더니,

왜 시작했는지 목적도 잊고,

게임도 접고 신나서 들이 붓다가,

뻗어버려서,

지호와 주원, 둘이서 시아누나를 부축해서 집에 데려다 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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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비극적 결말을 듣게 되었다. ‘아 그랬지… 이주원 이 나쁜놈 폰 얼른 검사해야하는데!’ 그래도 이주원이 톡으로 공유하지는 않는 걸로 봐서 퍼뜨릴 의도는 없을거라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쁜놈은 나쁜놈이야!!! 애초에 장기자랑을 하지 말걸…

선배들 앞에서 해야하는 장기자랑은 끝난 게 아니었다. 대면식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면식이 내 3월을 망치고있어!’ 대면식엔 새터에서 보지 못했던 여자 선배들도 많이 왔다. 새내기들은 자리를 옮겨 다니며 선배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맞은편 선배가 또 한서준 말을 꺼넨다. 나와 한서준의 근거없는 썸 소문은 전 학년에 퍼져있었다.

“시아야 너 근데 서준오빠 조심해야되. 그 오빠…” 응? 이건 또 무슨소리? 급히 관심이 간다.

“서준오빠 뭐요?”

“그오빠, 진짜 장난 아니야… 여자 진짜 엄청 많고, 우리과에도 매 학번마다 세 명씩은 꾸준히 사귀고있어! 4학년 까지 12명 달력도 있다니까?”

“ㅎㅎㅎㅎㅎ정말요? 언니, 근데ㅎㅎ 저랑 진짜 아무사이도 아니에요” 웃었지만 약간의 서운함이 따라왔다. ‘아… 한서준 그런 류 였구나.’ 실망스러웠다. ‘실망할 게 뭐있어? 나랑 아무것도 아닌데. 근데 밥 사준다고 약속은 했는데.. 밥만 한 번 먹지뭐’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톡을 켰다.

나: “오빠, 시아에요! 데려다줘서 너무 고마워용!”

한서윤: “그래, 푹 쉬어!!!”

한서윤: “밥 꼭 사주고”

나: “네!!! 무 .ㅓ..조하. 핫  l세요?”

한서윤: “뭐 좋아하냐구? 일식 먹을까?”

나: “그럴까요? 언제 시간되세요?”

한서윤: “내가 근데 스케쥴이 너무 불규칙해서, 그날 되어봐야 알거든. 내가 저녁시간 날 때 연락할게”

톡은 여기에서 멈춘 상태였고, 3월이 반이나 지났는데 연락은 없었다. 어쩌면 밥도 안먹게 될 수도 있었다. 잘됐지 뭐, 난 바람둥이는 안좋아하니까.

“야 이시아!” 누군가 테이블 맞은편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폰을 보고 있던 사이 앞에 앉은 선배가 바뀌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시아입니다!”

“처음뵈어? 사람을 그렇게 째려봐놓고 잊었어?” 맞은편 선배가 비꼬듯이 말했다.

‘응 째려봐? 내가 누굴?’

“그때 취해서 기억 안나? 야 그때 너가 새터에서 사람 죽일 듯이 쳐다봤잖아”

아…임승현… 그건 술취해서 잊은게 아니고, 너가 기억할만한 특징이 없어서야…

“아 네^^ 안녕하세요 선배님! 잠깐 기억안났는데, 이제 기억났어요…ㅎㅎ그땐 죄송했어요. 제가 미쳤었나봐요. 사과드릴게요”

“이제와서 죄송? 아우씨 그럼 한잔 마셔~ 야 선배를 그렇게 쳐다보는 애가 어딨냐?” 그가 소주잔 가득 참이슬을 붓는다.

‘아 진상. 그래 마셔줄게 얼른 가라 딴데로 가라…’ 나는 술을 얼른 마셔서 없애면 이 분께서 이 상황을 끝내주실 줄 알았다.

“선배님도 한 잔 받으세요” 잔을 바로 비우고 술을 따라드렸다.

“올~ 듣던 대로 역시 술 잘먹는구나? 난 됐고 한 잔 더해 너 술 좋아하잖아~”

“…”

임승현이 소주잔에 담긴 술을 맥주컵에 붓고 맥주를 채웠다.

‘아 미친 새끼, 여기까지다’. 내게는 이렇게 단시간에 빨리 마시는 것은 무리였지만 그래도 얼른 이곳을 피하고 싶었다. “벌컥 벌컥 벌컥 벌컥” 그것 역시 단숨에 비웠다.

“와우! 칭찬해 이시아! 자 그럼 마지막!”

소주:맥주 = 1:1

‘아 개새… 이건 아니지.’ 이건 정말 내가 마시면 오늘 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 그 때 째려봐서 정말 죄송해요… 한번만 봐주세요.”

“그래 이거 마지막으로 마시면 이제 잊어줄게 마셔~” 임승현의 눈빛이 싸이코패스처럼 번뜩였다.

‘그래 먹고 토하자’. 나는 체념했다.

“언니, 괜찮겠어? 못먹겠다고 말해~~” 옆에 앉은 하은이가 속삭인다. 하지만 손을 뻗어 잔을 쥐었다. 1:1 소맥은 정말 맛이없다.

다시, 콸콸콸콸…

이번엔 글라스 가득 소주를 붓는다. 가득 찼는데도 계속 부어서 테이블에 철철 넘쳤다. 임승현은이를 악물었다. 와 이 사람 진짜 취했구나… 애초에 내가 마시게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못 마시겠다며 비굴해지는 나의 모습을 보고싶었던 것이었다.

‘내가 너한테 비굴해질 줄 알아?’ 내가 소주가 가득 담긴 글라스를 들었다.

순간 오른쪽에서 나타난 한 남자가 한 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술잔을 낚아채갔다.

고개를 돌려 올려보았다.

이, 이주원?!!!!! 내 잔을 가져간 그가 맥주잔 가득 담긴 소주를 단숨에 비우고 내 옆에 앉았다.

“야!!! 넌 뭐야? 나 얘한테 술준건데?” 임승현이 소리질렀다.

“흑기사입니다! 시아누나가 힘들어보여서요!!!”

“너네 사귀어?”

“아닙니다!”

“근데 왜 나대?”

“그냥 순수하게 동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랬습니다!!!”

“와ㅋㅋㅋ이새끼 웃긴새끼네? 야, 시아야! 흑기사란다~~~ 시아야 소원들어줘라, 너 이새끼 소원이 뭐냐?”

“누나가 집에 가는게 소원입니다!”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입술이 삐죽 나왔다. ‘얘 멋있네… 은근…히?’

“이새끼가 미쳤나, 야 너 선배가 우습냐? 마셔”

이주원이 소주 한 글라스를 다시 비워낸다. ‘얘 이러다 죽겠어!’

“대가리 박아!!!” 임승현이 소주병 뚜껑을 던졌다.

이주원에 그 위에 이마를 대고 머리를 박았다. 우리 테이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다른 선배들이 다가왔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임승현 선배를 데려갔다. 그는 계속 욕을 하며 붙잡혀 나갔다. 원래 술먹으면 개되는인간이구나…

“와 진짜 진상이다 저선배… 언니 이제 안심하고 먼저 들어갈게! 수고 많았어!”

하은이도 가고 테이블엔 나와 엎드려 있는 이주원, 둘이 남았다. 나도 빨리 집에 가야지!

“야! 야! 이주원!! 갔어갔어!”

이주원을 흔들어 일으켰다. 그가 상체를 세우는가 싶더니 그대로 힘없이 목이 뒤로 꺾여 쇼파에 기대버린다.

“야ㅠㅠ 괜찮아? 미안… 나땜에… 야!! 고마워 ㅠㅠ”

이주원이 다시 내 쪽으로 쓰러져 어깨에 기댔다. 전신의 힘이 완전 풀렸는지 주원의 몸은 흐느적거렸다. 그의 입술이 내 쇄골에 닿는다. 아까 내 잔을 뺏어갈 때부터 설레기 시작한 마음이 취기와 함께 진정이 안되는 데다가, 의도치 않은 스킨십까지 더해지니까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그래도 다른 애들이 이렇게 많은데 여기서 이 포즈는 쫌…

내가 몸을 움직이자 이주원의 얼굴이 가슴을 스쳐 다리 사이에 쳐박혔다.

‘그래, 이러고 좀 쉬어라…’

그의 숨결에 아랫배가 따뜻해져 왔다. 나는 손을 그의 허벅지 위에 가져가 더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