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d: February 4th 2023, 4:12:58 pm
‘까악- 까악-‘
‘후우… 후우… 후우…’
규칙적이고, 거친, 남자 숨소리가 까마귀 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뭐지?’ 나는 눈을 떴다. 차 안이었다. ‘어디지?’ 밖은 환했다.
‘까악- 까악-‘ 새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 캠퍼스 안이구나…’ 내 몸엔 담요가 덮여있었다. 그리고 선배가 운전석에 기대 잠에 빠져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숨소리를 듣자니, 깊게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자세가 너무나 불편해보였다.
‘아 미쳐… 내가 잠들어버려서… 저 대 선배님께서…여기 이러고 밤새 있던거야?’ 아침 여덟시였다. ‘그럼 네시간정도 지난건가?’
선배가 움직이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어 시아 일어났네. 너 잘자더라”
“선배님… 너무 죄송해요오…”
“너네 집을 몰라서. 근처에서 깨웠는데 전혀 못듣더라구”
“헐… 오빠… 정말 넘 죄송해요…”
“나 이제 출근해야겠다.
이사람 아냐~ 괜찮아~ 라고는 안한다. “네, 저는 여기서 걸어갈게요.. 너무 죄송해서 어쩌죠? 오빠..?ㅠㅠ.”
“어 그래.. 쉬어 시아야”
끝까지 괜찮다고 안하는걸로 봐서 화가 나긴 한 모양이다. 너무 미안했다. 이 미안함은 떨쳐버려야 개운하다. ‘애교라도 부려볼까?’ 갑자기 떠오른 말, 처음보는 선배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을 던졌다. “오빠, 다음에 밥사주세요! 전화번호 찍어 주시면 안돼요?”
“내가 이렇게까지 잘해줬는데 밥까지 사줘? 너한테 밥 사줄 선배들 많을 것 같은데?”
나는 멈칫했다. ‘와… 안통하네…컨셉이야 뭐야?’ 그리고, 말에 뼈가있었다. “아…네…죄송합니다. 저는 그럼 들어가볼게요 너무 고마워요”
“너가 사줘”
명함을 건넸다. 아왜~!!!! 멋있는건 다할려구래 자꾸우우~ㅠㅠ “네 진짜 고마워요, 제가 꼭 연락드릴게요!” 나는 명함을 받아 들고 차에서 내렸다. 2월초 아침 기운은 차가웠다. 그는 창문 내리고 손이라도 흔들 법 했지만 쿨하게 가버렸다. ‘이 설레임 뭐지?’ 그자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차를 멍하니 보고있었다.
남자친구로부터의 전화가 정신을 들게했다. 왠지 지금 받기 싫었다. 손에 쥐여있는 명함을 이름을 보았다.
한서준.
‘서준오빠…쫌 멋있네?’ 한 껏 따뜻해진 가슴으로 베시시 웃으면서 집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한서준 선배의 번호를 폰에 입력했다. 한서준… 으로 저장했다가 준을 지우고 한서윤으로 바꿨다. 난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남자를, 여자이름으로 저장했다. 왜 그랬지? 그냥 그랬다. 지금 생각해도 이유는 없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본능적 보호기작이었을까? 카톡친구 새로고침을 눌렀다. 과거 프사 중에 안경을 벗은 모습이 정말 잘생겨 보였다. 걸으면서 톡을 몇 번씩이나 썼다가 지웠다. “오빠, 시아에요! 데려다줘서 너무 고마워용!” 결국엔 고맙다는 인사만 짧게 보냈다.
아직 동네가 낯설어서 집을 찾으러 이리 저리 돌아다녀야 했다.
남자친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시아야 어디야? 새터 나왔다더니”
“어 오빠, 동넨데 집으로 가고있어”
“나 자기 집 앞이야~”
“응 지도켜구 금방갈게오빠!”
남자친구가 현관앞에서 환하게 맞아주었다. “시아야 새터는 어땠어? 재미있었어?”
“아 진짜 왜 갔다왔나 몰라… 괜히갔어. 진짜 너무 재미없고 고생만하고ㅠㅠ”
“ㅎㅎㅎ애들은 어땠어?”
“아 몰라 다 구려ㅋㅋㅋ진짜 오빠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새삼 재확인했다니까?”
“그걸 꼭 그렇게 확인해야돼? 찝쩍대는 선배들은 없었고?”
“없었겠어?ㅋㅋㅋ” 근데 딱히 뭐 없긴 없었다.
“허얼, 왜, 누가, 어쨌는데…?”
“ㅋㅋㅋ뻥” 진짜 뻥이었다.
“아닌데… 뭔가 있는데…?” 오빠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째려보았다.
“ㅋㅋㅋㅋㅋ있긴 뭐가있어!!”
“진짜?”
“그래~ 찝쩍대도 지들이 뭐 어쩔꺼야... 하나같이 다 별로야 걱정마. 너무 있기 싫어서 빨리 나왔잖아”
“어떻게 일찍 나왔어, 누가 데려다줬어?”
‘아차.’ 이런걸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살짝 당황했으나 이런 상황을 모면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몰라, 그만좀 물어 피곤해” 약간의 정색 후 나는 남자친구에게 안겨 입술과 볼에 가볍게 키스하고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오빠가 한 손으로 허리를 껴안으며 목덜미에 입을 가져왔다. 가슴 위로 다른 한 손을 얹어 잡았다. 귀를 빨며 가슴을 주무르다가는 엄지손가락으로 유두 부근을 브라와 티셔츠 위로 쓰다듬었다. 허리 뒤쪽에 있던 손이 올라와 후크를 열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한 상태였다. 잠을 자고 싶은 생각 밖엔 들지 않았다. “오빠 어제 밤새 술 너무 많이 마시고 잠도 못잤어. 이따가~ 응? 그리고 좀 씻고싶어”
남친은 집을 나서며 ‘오늘은 집에서 쉬면서 밥해먹고 놀자, 장을 봐 올테니 자고있으라’고 말했다. 언제나처럼 따뜻한 그였다. 나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톡을 확인했다. 60여개의 새로운 메시지가 와있었다. ‘한서준오빠, 톡 봤나?’ 하지만 대부분의 톡들은 집에 잘 들어갔냐고 묻는 선배들, 내가 없어서 재미가 없다는 몇 몇 동기들부터 온 것이었고, 그리고 두 세개의 단톡방에서 오간 대화들이 전부였다. 한서준 선배는 톡을 읽었으나, 답장은 없었다. 칫, ‘그래 됐어~’
남친은 매운탕 키트를 사와 끓이고있었다. 매콤달콤 군침 도는 맛있는 냄새가 방 한가득이었다.
“오~오빠 요리 많이 늘었네? 비쥬얼 쩐다? 그럴 듯 한데?”
“물만 붓고 끓이면 돼 사실 ㅎㅎ”
집안에서 남친과 이러고 있으니 신혼부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리… 아니 가열이 끝난매운탕 국물을 한 숟갈 떠먹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와!!! 오빠, 너무맛있다… 와!!!”
얼큰한 국물에 밥알을 적셔 촉촉하고 부드러운 곤이를 올리고 풀이 살아있는 쑥갓과 함께 입에넣자, 몇 분 전만 해도 그렇게 싫던 소주가 다시 생각났다.
“오빠 혹시 이거 사면서 소주 안산건 아니지?”
대답없이 그가 냉장고로 가서 참이슬 한 병을 꺼네왔다. “내가 시아랑 몇 년인데?ㅎㅎ”
둘이서 한 병을 다 비워갈 때쯤 남친은 다시 터치를 시도해왔다. 바로 티셔츠 아래로 손을 넣어서 잘 때부터 노브라였던 가슴을 쥐었다. 내가 오빠의 셔츠 단추를 풀고 그의 젖꼭지를 혀로 애무해 주었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참을 느끼던 그가 침대에 나를 눕게 했다. 옷을 목 까지 올리고 내 가슴을 물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아래로 가져가 넣었다. 하지만 내 몸은 반응하지 않았다. 오빠와 숨죽여 나누던 사랑을, 이제는 부모님 감시망에서 멀리 떠나, 비로소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바로 이 첫 순간부터, 그 좋아하던 가슴 애무와 손가락 기술에도, 내 몸은 액티베이션이 되질 않았다.
“오빠, 나 어제 너무 무리했나봐…아니면 술을 좀 더마실까?”
“아니야 이틀 연속으로 너무 많이먹는 것 같아. 한숨 더잘까?”
나는 돌아누워버렸다. 그가 뒤에서 꼭 껴안아주었다. 나도 지금 하고 싶은데 몸이 가만히 있어서, 그리고 오빠에게 미안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남친의 손을 가슴에 가져와 주무르게했다. 이 상태로 같이 조금 자려는 마음이었다.
그 때,
카톡ㅡ. 한서윤.
가슴이 요동쳤다. 등 뒤에 있던 남친이 화면을 못보도록 오빠 쪽으로 은근 슬쩍 몸을 돌렸다. 뭐라고 보냈을까?
한서윤: “그래, 푹 쉬어!!!”
‘이게 끝이야? 컨셉이 지나치잖아 이건. 자긴 여후배한테 안들이대는 멋있 선배인 척 하는거야? 와 진짜. 더 이상 이어갈 말이 없다. 이사람은 이걸로 끝이야!’ 실망감에 폰을 내팽개쳐버렸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10분을 더 기다렸지만 폰은 울리지않았다. ‘그래 됐어.’
나는 침대 밖으로 나왔다. “오빠, 맥주는? 맥주는 안샀어?” 그리고 괜히 약간 신경질적으로 따지듯이 물었다.
“캔맥도 몇 개 있어~”
나는 냉장고로 가 캔맥주 하나를 땄다. 그 때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
“카톡ㅡ.”
“시아야~ 한서윤~” 남친이 나를 크게 불렀다.
‘하나 더보냈어? 뭐지?’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응~”
“누구야? 첨보는 이름이네”
“아, 동기ㅎㅎ” 뭐라고 보냈을까?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오빠, 매운탕 남은거에 밥좀 볶아주랑.” 남친을 주방으로 보내고 다시 침대에 누워 카톡을 켰다.
한서윤: “밥 꼭 사주고”
풋!!
ㅎㅎ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
핫!!!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분, 여자 마음 움직일 줄 아는 것 같다.
남친이 슈레디드 모짜렐라치즈에, 김까지 예쁘게 가위로 잘라 뿌린 볶음밥을 가져왔다. 맥주 한 캔이 순식간에 들어갔다.
다음 캔은 컵에 따라 소주도 한잔 탔다. 그 잔 역시 단 숨에 비웠다. 소맥 한잔 더 제조.
“시아야 볶음밥이 그렇게 맛있어? 왜 그렇게 웃고있어?”
고개를 들어 오빠를 바라보았다. 한서준이 앉아있었다. 눈을 꼭 감았다 떴으나 진짜 한서준이었다. 어떡해… Palpitation…
“네! 너무 맛있어욯ㅎㅎㅎㅎㅎㅎ”
“ㅋㅋㅋ갑자기 존댓말할정도로? 시아 옛날에 존댓말하던 시절 생각나네?”
오빠 무릎 위에 앉아 볼에 키스했다. 그리고 꼭 껴안았다. 그 와중에 무릎으로 테이블을 쳐서, 잔이 넘어져 술이 흘렀다. 던져진 페이퍼 타월이 술에 젖어들었다. 삼십분 전 그 공략에도 반응 없던 몸이, 저 페이퍼 타월이 적셔지듯이 축축해졌다. 우린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한서준이 다시 오빠로 보이려 할 때, 불을 꺼달라고했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최대한 그를 떠올렸다. 새터에서 대화하던 모습, 후배들을 혼내던 목소리, 차에서 자던 모습, 그리고 카톡의 여러 프사들… 서준오빠… 아니 남친… 아니 서준… 의 바지를 내리고 OOO를 물었다. 침이 너무 많이 나와 거품이 생겼다. 그가 내 위에 올라왔을 때 목을 껴안았다. OOO는 내 안에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갔다. 오빠와 이렇게 잘 된 적은 정말 한참 만인 것 같았다. 40 분 남짓? 정신이 돌아오면서 빨리 답장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빠를 앉히고 어깨를 짚은 후, 가슴을 물리면서 그것이 꽂히도록 허벅지 위에 올라 앉았다.
“하아하아하아-하아” 그리고 열심히 찍어내리기를 반복했다. “오빠, 내 폰좀 줘봐”
그가 손을 뻗어 폰을 쥐어 전달해준다. 요동치는 가슴에 남친 얼굴이 묻히도록 껴안은 채 카메라를 켰다. 찰칵 소리를 한 번 내어 셀카 촬영중인 것처럼 연기했다. 바로 톡을 켰다. 팔이 자꾸 흔들려 오타가 났다.
“네!!! 무 .ㅓ..조하. 핫 l세요?”